달력보다 기온을 본다
텃밭 일정표에는 흔히 몇 월에 무엇을 심으라고 적혀 있지만, 같은 날짜라도 지역과 해마다 기온이 다릅니다. 남부와 중부, 바닷가와 내륙, 도심 아파트 베란다와 바람 부는 옥상은 같은 계절에도 전혀 다른 환경입니다. 그래서 날짜는 대략의 기준으로만 삼고, 실제로는 일기예보의 최저 기온과 우리 집 텃밭의 상태를 보고 판단하는 편이 정확합니다. 지역 농업기술센터나 공공 기관에서 내는 작물별 안내를 함께 확인하면 도움이 됩니다. 작은 수첩이나 메모 앱에 심은 날과 날씨, 결과를 적어 두면 두 번째 해부터는 우리 집만의 달력이 생깁니다.
봄: 흙을 깨우고 늦서리를 피한다
봄에는 겨울 동안 쉬던 흙을 먼저 손봅니다. 굳은 흙을 부드럽게 풀고 묵은 뿌리를 골라낸 뒤 퇴비나 새 흙을 섞어 둡니다. 상추나 시금치처럼 서늘한 날씨를 좋아하는 잎채소는 이른 봄부터 시작할 수 있지만, 고추·가지·토마토처럼 더위를 좋아하는 열매채소는 늦서리 걱정이 사라진 뒤에 심어야 합니다. 낮이 따뜻하다고 서둘렀다가 갑자기 추운 밤을 맞으면 모종이 크게 상할 수 있습니다. 모종을 사 왔는데 아직 밤이 차다면 낮에만 밖에 내놓고 밤에는 들이며 며칠 적응시키는 방법이 있습니다.
- 굳은 흙 풀기, 묵은 뿌리 골라내기
- 퇴비·새 흙 섞어 두기
- 서늘한 작물은 이르게, 더위 작물은 늦서리 뒤에
- 새 모종은 며칠 바깥 공기에 적응시키기
여름: 장마와 폭염 견디기
여름 텃밭의 두 고비는 장마와 폭염입니다. 장마철에는 흙이 마를 틈이 없어 뿌리가 숨을 못 쉬고 병이 퍼지기 쉽습니다. 화분 받침에 고인 물을 비우고, 비가 직접 들이치는 화분은 처마 밑으로 옮기며, 포기 사이와 아래쪽 잎을 정리해 바람이 통하게 합니다. 장마가 끝나고 폭염이 오면 반대로 물이 부족해지기 쉬우니 아침에 충분히 주고, 한낮의 뜨거운 볕은 그늘막이나 발로 조금 가려 줍니다. 한낮에 잎이 축 처졌다가 저녁에 회복된다면 더위 탓이고, 아침에도 처져 있다면 물이나 뿌리 상태를 살펴봅니다.
- 장마: 받침 물 비우기, 비 피하기, 통풍
- 폭염: 아침에 흠뻑, 한낮 볕 가리기
- 병든 잎은 바로 떼어 버리기
- 집을 비우기 전 물 공급 방법 준비
가을: 두 번째 텃밭 시즌
더위가 한풀 꺾이면 텃밭은 다시 바빠집니다. 상추, 시금치, 쪽파, 무처럼 서늘한 날씨를 좋아하는 작물은 가을에 오히려 잘 자라고 벌레도 여름보다 줄어듭니다. 김장용 배추와 무는 늦여름부터 시작하는 경우가 많은데, 심는 시기가 늦으면 추위가 오기 전에 충분히 자라지 못하니 지역 안내를 미리 확인합니다. 여름 열매채소는 기온이 떨어지면서 열매가 잘 크지 않으니, 남은 열매를 거두고 포기를 정리해 다음 작물에 자리를 내줍니다. 가을에 심어 겨울을 나고 봄에 거두는 마늘과 양파 같은 작물도 이때 준비합니다.
겨울 준비 1: 정리하고 흙을 갈무리한다
첫서리가 내리기 전에 한 해를 정리합니다. 다 자란 작물은 거두고, 시든 포기는 뿌리째 뽑습니다. 병이 들었던 포기와 잎은 흙이나 퇴비에 섞지 말고 따로 버려야 이듬해까지 병이 이어지지 않습니다. 비운 화분의 흙은 큰 뿌리와 돌을 골라낸 뒤 비를 맞지 않는 곳에 덮어 두었다가 봄에 퇴비를 섞어 다시 씁니다. 지지대와 그물은 흙을 털고 말려서 묶어 두고, 가위와 모종삽은 씻어 물기를 닦아 녹슬지 않게 합니다. 남은 씨앗은 이름과 날짜를 적어 밀봉하고 서늘하고 건조한 곳에 보관합니다.
겨울 준비 2: 겨울을 나는 화분 지키기
시금치, 마늘, 허브 일부처럼 겨울을 나는 작물이나 여러해살이 식물이 있다면 추위 대책이 필요합니다. 화분은 땅에 심은 것보다 사방이 바깥 공기에 닿아 흙이 훨씬 쉽게 얼기 때문입니다. 찬바람이 덜 닿는 벽 쪽으로 화분을 모으고, 차가운 바닥에서 조금 띄워 두면 도움이 됩니다. 흙 위를 낙엽이나 짚으로 덮어 주는 방법도 있습니다. 닫힌 베란다라도 한겨울 밤에는 생각보다 많이 추워지니, 추위에 약한 식물은 실내로 들입니다. 겨울에는 물이 잘 마르지 않으므로 물 주기 간격을 크게 늘리고, 따뜻한 낮 시간에 줍니다.
- 찬바람이 덜 닿는 벽 쪽으로 모으기
- 차가운 바닥에서 띄우기
- 흙 위를 낙엽·짚으로 덮기
- 물은 드물게, 따뜻한 낮에
겨울에 할 일: 기록을 보고 다음 해를 그린다
겨울은 텃밭이 쉬는 계절이지만 다음 해를 준비하기에 가장 좋은 때입니다. 한 해 동안 적어 둔 기록을 다시 보면서 잘된 작물과 실패한 작물, 그 이유를 정리해 봅니다. 해가 드는 시간이 부족했던 자리, 물이 자주 고였던 화분, 벌레가 많았던 시기가 보이면 내년 배치를 바꿀 수 있습니다. 같은 자리에 같은 작물을 해마다 심으면 병이 쌓이기 쉬우니 화분이나 자리를 돌려 가며 쓰는 계획도 세웁니다. 실내에서는 새싹채소나 허브 화분으로 겨울에도 작은 수확을 이어 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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